오키나와는 렌터카로 여행하는 게 보통입니다. 적어도 아이가 있으면 다른 옵션은 염두에 두지도 않지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직접 오키나와에서 렌터카 여행을 해보니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와닿습니다.
오키나와 렌터카 여행이 편리한 이유
- 주요 관광지 간에 이동할 때 렌터카로 이동하면 훨씬 편합니다. 특히 많이들 가는 추미우리수족관은 주요 숙소 근거지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훨씬 더 오래 걸리거나 시간 맞추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 도로가 운전하기 편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달리 우핸들 자동차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적응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인 도로 컨디션 및 운전자들의 매너가 어설픈 외국인이 허둥지둥 운전해도 크게 어려운 느낌은 아닙니다.
- 오키나와의 바다를 쭉 돌아보는 드라이브 코스 자체가 관광이 됩니다. 저도 이건 사실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말로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크게 와닿지 않으실 겁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오키나와의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다는 경험자들의 후기를 저도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저는 바로바로 제주도민. 매일 지겹도록 바다를 보며 매일 왕복 두 시간 출퇴근을 하는 바닷사람 8년 차입니다. 바다가 예뻐봤자 얼마나 예쁘겠어하는 생각이었는데, 오키나와의 바닷가 드라이브 코스는 예쁘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잔잔하면서 웅장하고 드넓으면서도 섬세한 바다의 청량함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가운데에 차 안에서 고요히 느끼는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쓰고 보니 세 번째 이유를 가장 길게 쓰게 되네요. 그만큼 해안도로를 타고 쭉 내지르는 드라이브가 매우 행복했습니다.)
저희가 빌린 차는 바로 도요타의 라보였습니다. 외관도 내부도 저의 첫 차였던 티볼리와 비슷했습니다. 승차감이나 차체의 단단함 등은 라보가 더 뛰어났지만요. 아이와 함께 다니기에는 안정성도 좋아 보였고 트렁크에 절충형 유모차와 아주 큰 캐리어, 배낭 등등의 짐을 충분히 넣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렌터카 업체 이름은 '풋 프린트 렌터카' 였습니다. 외국까지 나가서 차를 빌려 여행하는 게 처음이라 렌터카 회사에 대한 기대감 (뭔가 크고 든든한 대기업 포스가 나면 좋겠다)이 있었는데, 공항에 데리러 온 셔틀 봉고는 몇십만을 탔을지 감이 잡히지 않을 낡은 차였습니다. 은색(쥐색)이 거칠거칠 빛을 바랐고 셔틀 운전자가 카카오톡으로 저희가 보낸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확인을 회사와 저희에 거듭 되풀이하는 작은 소동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쨌든 마음에 드는, 신차급의 차를 받아 즐겁게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잘 가던 차가 톨게이트에서 덜~~컹컹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저는 당시 아이와 함께 뒷좌석에 앉아있었는데 정말 정말 솔직하게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서 톨게이트의 도로 이격 때문에 난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심지어 우리 차는 우리나라로 치면 하이패스 같은 자동 지불 카드(ETC)를 장착하고 있어서 톨게이트를 속도를 줄여 통과하고 있었지요. 차가 옆을 박은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운전자였던 남편에게 "이게 무슨 소리지?" 했더니 남편은 아리송하게 "박은 건가? 설마?" 했습니다. 당황한 타국의 두 외국인 부부는 '에잉 아닌 것 같은데~ 이따 확인해야지.' 하고 아주 안일했습니다. 저는 옆을 긁거나 밝았다는 가능성을 크게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만큼 정말로 느낌이 없었다면 다들 의심하시겠지만요. (저 역시 이상합니다. 저도 운전한 지 8년 된 사람이라 감이 없지 않거든요.)
어쨌든 한창 한 시간을 달려서 첫 번째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이전의 일은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뜨끈하게 온천도 즐기고, 가이세키 두 끼니 먹고 아쉬운 마음으로 짐싸서 체크아웃을 했지요. 다음 여정을 떠나려고 짐을 싣고 있는데, 남편이 질겁을 하며 말합니다.
"여기 휠 해먹었네!!!!!"

왼쪽 앞바퀴 휠에 기스가 난 겁니다. 침 묻혀서 닦는다고 지워지는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죠. 휠이 갈렸는데 동승자가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게 말이 되나? 여하튼 자차 보험을 들어놓은 게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에 '오키나와 렌터카 휠 긁은 사고' 등을 키워드로 찾아봤죠. 하나의 블로그 글을 발견했습니다. 그 분과 저희 사례는 거의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글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사소한 사고라도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자기 혼자 돌에 박고 연석에 긁고 하는 사고라도 현장에서 경찰 신고를 해야 합니다.
저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렌터카에서 차량을 인수할 때 아이와 함께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남편은 렌터카 직원의 설명을 듣긴 했지만 서로 부족한 영어로 소통을 하다 보니 얼마나 사소한 사고까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설명이 끝난 겁니다. 그때를 기점으로 저는 약간의 패닉에 빠졌습니다. 그럼,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경찰에? 자수를 하는 건가? 그럼 이 나라 기준으로 나는 뺑소니인가?
외국에서 운전을 하면 이런 게 안 좋은 거 같아요. 법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알지 못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사고가 벌어졌을 때 수습하기 어려운 거 같아요.
2025.01.19 - [해외여행 Tips] - 운전석이 오른쪽에? 일본에서 안전 운전하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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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사실을 렌터카 회사에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렌터카 회사에서는 지금이라도 경찰에 이야기하지 않으면 보험 청구를 할 수 없고 휠 수리 비용, 렌터카 회사 업무 차질에 대한 보상 등을 모두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고 알려주더군요. 앞서 네이버 검색으로 알게 된 블로그 글에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휠과 접촉이 있었던 연석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경찰서에 동행하여 한 시간가량 조사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도 일단 현장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간단해 보이는 일이 외국 땅에서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이건 외국이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바보여서일까요? 그때 사고 난 톨게이트가 어디인지가 기억이 안 나는 겁니다. 우리가 출발했던 마키시 시장에서 첫째 날 숙소까지 내비게이션을 다시 찍어봐도 우리가 지나온 톨게이트가 아닌 다른 곳을 거쳐서 가는 길만 보여주는 겁니다. 똑같은 구글맵을 사용했는데 ㅠ_ㅠ 일단 늦기 전에 경찰부터 만나야겠다 싶어서 구글맵에 나오는,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는 톨게이트를 찍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그 톨게이트를 로드뷰로 보는데 옆에 사무실 같은 게 보였습니다. 한자를 보니 '고속도로사무소'라고 적혀있어서 정 안 되면 여기 사무실에 가서 하이패스 카드를 통해 통과 톨게이트를 확인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도 우리는 일본 현지 전화가 안 되니까 사무실에서 경찰 신고를 대신해달라고도 할 생각이었습니다.
우리가 정한 도착지로 가보니 역시 사고 난 지점은 아니었습니다. 톨게이트 옆 사무실로 추정되는 곳에 가서 보니 주차장에 경찰차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싶어서 가까이 가보니 주차가 된 상태였고, 그 앞의 건물은 알고 보니 교통 경찰서였습니다.
- 니시하라 IC 옆에 있는 고속도로사무소. 교통사고가 나면 저와 비슷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찰서에 들어가 앞서 서술한 모든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하니 정확한 사고지점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시 지도를 보고 찾아보겠다 하여 겨우 한 곳을 짚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기스난 휠을 살펴보더니 해당 톨게이트는 왼쪽 휠이 기스 날 일이 없다는 겁니다. 여기서 저는 약간 놀랐어요. 톨게이트 구조를 토대로 사고 난 여부에 대해 정확하게 추론하는 걸 보니 조사가 허투루 이루어지거나 사무적이고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찾아보라고 해서 끙끙대며 겨우겨우 진짜 사고가 난 장소를 찾았습니다.(유레카!?!)
네이버에서 봤던 글의 경험과는 다르게 조사는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정확한 사고 장소에 경찰이 방문해서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생각을 되짚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 거지 경찰이 지나치게 깐깐하거나 불필요한 조사로 인해 지체하는 건 전혀 없었어요. 다행히 국제 면허증, 차량 보험증서 등을 확인하고 보험 처리를 위한 접수를 완료한 뒤 우리를 보내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일본에서 렌터카 여행을 하시는 분들께 당부하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차량 사고가 나면 아무리 사소한 사고라도 반드시 신고를 하세요! 그리고 웬만하면 풀커버 자차 보험을 들기를 추천합니다. 핸들 위치도 반대인데, 그 밖에 고려해야 할 교통 규칙의 차이도 적지 않은데, 사고나서 처리하는 비용은 너무 무시무시하잖아요?
다시 한 번 큰 사고가 아니라서 다행이고, 보험처리가 되어서 다행입니다. 보험 처리하는 방법은 또 다른 글로 설명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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