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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제주도 호텔-엠버퓨어힐 제주

by wingkey 2025. 2. 7.

제주를 포함한 남부지역 일대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와중에 1박 2일, 한라산 입구에 있는 호텔에서 호캉스를 했다. 가장 기대했던 것은 야외 자쿠지였다.
 
엠버퓨어힐 제주의 위치는 한라산 입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제주도가 한라산을 중심으로 치맛자락 펼쳐진 꼴이라 한라산의 입구라면 저기 용천수 있는 데라 할 수도 있겠다만 확실히 이곳은 산의 시작이 주는 느낌이 있다. 1100로와 애조로의 교차점에서부터 산 쪽으로 쭉 들어가듯 올라가야 한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길이 자연히 구불구불 굽이친다. 이런데 호텔이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들 때 짜잔 하고 모습이 등장한다.
 

내가 방문한 날은 눈이 너무 많이 쌓여있었고 내리던 중이라 호텔의 전체적인 조경이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면 산장이 있어야 할 곳에 호텔이 생긴 것 같기도 했다. 안에 들어서니 로비에서부터 고급스러운 향기가 코로 스며들었다. 압권은 넓은 유리 천장이다. 일렁이는 물 그림자가 예술이다. 그 물이 사실 수영장 물이고 유리 천장이 곧 수영장 바닥임을 알게 되면 더욱 놀라게 된다. 날씨가 따뜻할 때 꼭 와서 수영하는 사람들의 청량한 풍경을 로비에서 보고 싶다. 어떨지 감도 안 잡힌다. 약간 남사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예약한 룸은 '포레스트 가든 더블'이다. 본관에서 버기 카트를 타고 조금 가야 한다. 걸어도 그렇게 멀지는 않다. 체감 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 방의 가장 특장점은 야외 자쿠지다.


나, 남편, 5살 딸이 들어가고도 충분히 널찍한 공간이었다. 물도 아주 뜨끈뜨끈 해서 노천목욕을 제대로 즐겼다. 내리는 눈은 금상첨화였다. 이것만으로도 멀쩡한 집 두고 호텔에서 먹고 자는 이유가 충분히 성립됐다.


 
우리가 묵은 방이 신관에 해당해서 건물이나 물품이 모두 새것이고 고급이었다. 다이슨 드라이기며 무진장 컸던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며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았던 안락소파 등 뭐 하나 안 좋은 게 없었다. 어메니티는 불가리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바로 온돌이다. 여느 호텔과는 다르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있으며 바닥이 마루 온돌로 되어있다. 공기 온도 설정을 24도로 해 놨는데 방이 너무 절절 끓어서 발바닥이 데일 지경이었다. 온도를 내렸더니 에어컨이 작동되길래 그냥 창문을 열어두어야 했다.
 

산책-저녁식사-자쿠지 목욕-빔프 영화 감상
요렇게만 해도 잘 시간이다. 4시 체크인이라 늦지도 않았는데. 눈이 많이 오는 와중에 부대시설이 밀집한 본관과 떨어진 방에서 지루한 호캉스가 되진 않을까 우려했는데 나름대로 알차게 놀 수 있었다. 
 

다음날 조식은 11시까지 이용이 가능했다. 중식, 한식, 서양식 아주 골고루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서 다음에 온다면 10시쯤 들어와 브런치로 점심 끼니까지 제대로 해결해야겠다 생각했다. 여기에서 중국식 콩물에 튀긴 빵을 넣어 먹는 또우장과 요우티아오를 처음 먹어보았다. 고소한 맛도 일품이고 영양상으로도 좋은 것 같아서 집에서 해 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충 콩물에 꽈배기를 먹으면 비슷한 감성이 아닐까.
 
이 호텔의 또 다른 장점은 11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도 오후 2시까지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1박만 하면 수영장을 사용할 시간이 애매한데, 이런 규정이 있는 호텔이 요즘 많은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합리적이고 고객 친화적인 발상인 것 같다.
 
아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큰돈을 내서인지 나름 잘 놀고 잘 쉬었던 호캉스였다. 새벽 네 시에 딸이 일어나서 "집에서 자고 싶어!!!!!"소리 지르긴 했지만 미안, 엄마는 다음에 또 오려고 해. 너도 데리고~ 
 
비슷한 가격대 풀빌라 생각하면 여기가 백배 나은 것 같다.